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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3729
2011.03.23 (11:19:50)

본 향 의 식

 

< 이기종 목사 · 합신세계선교회 총무 >

 

 

“선교지 향하는 선교사는 이 땅의 고향을 포기한 것”

 

 

선교회 본부사역을 하면서 딱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때가 더러 있다. 선교사 부모님들이 중병이 들어 병문안 갈 때나 소천하여 문상 갈 때, 그리고 선교사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와 같이 경조사에 참석할 때가 그렇다.

   

선교사와 가족들의 중대 경조사가 있으면 선교지에서 수고하는 선교사들을 생각해서 할 수 있는 대로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때는 선교사들이 채 입국하기도 전에 문상을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참석하면서 선교사들이 처한 형편을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생을 배우고 하나님과 본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은혜를 경험하기도 한다.

 

선교사들은 선교지에 오래 머물러 있었기에 가족들의 형편을 잘 살피고 돕지도 못하며, 경조사가 있어도 잘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경조사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에게 경조사가 발생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못한다. 정든 고향과 부모형제, 친척들을 뒤에 두고 떠난 선교사들의 사정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마 가족들이 믿는 가정이어서 기독교식으로 장례식이나 결혼식이 진행되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믿음과 가족애를 확인하기도 한다. 물론 선교를 잘 이해하고 가족 중에 선교사가 나온 것을 장하게 여기는 믿음 좋은 가족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족들이 수술비와 치료비, 장례비가 많이 들어 걱정하며 분담금을 의논해도 선교사는 선뜻 얼마를 내겠다고 나서지를 못한다. 왕복 항공료가 큰 부담이 되어 부부가 함께 오지도 못한 처지이기에 더욱 그렇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라도 효도하고픈 마음이 왜 없으랴? 그간 사람노릇 제대로 못했으니 만회라도 하듯 거금 한번 큰 맘 먹고 가족 앞에 내놓고 싶지 않을까?

 

가족들 중에 불신자들이 많은 경우에는 더욱 안타깝다. 그간 부모님 곁에서 간호도 못하고 생활비도 제대로 보내드리지 못해서 죄인된 심정으로 조용히 있지만 불신자 가족들의 눈총을 받기가 십상이다. 부모형제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지내며 일하는 것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가족 앞에서 무슨 말을 하랴?

 

게다가 재력이라도 있는 형제가 장례절차를 세상 방식대로 하려고 강하게 주장하면 그들의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돌아가시기 전에 부모님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셨다고 거듭 말해도 기독교식 장례절차는 무시당하게 마련이다.

 

한국의 결혼풍속도 나날이 변하여 엄청나게 늘어난 혼례비, 주거비, 생활비 등도 선교사에게는 천문학적인 숫자로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축하금을 낼 기회가 적었으니 청첩장을 돌리거나 전화로 알리는 것도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 망설인다. 선교사 자녀들의 결혼식과 신혼살림이 얼마나 소박하고 조촐한지 그 속사정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선교지로 향할 때 이미 선교사들은 이 땅위의 고향과 가족들을 포기했다고나 할까? 어디를 가도 고향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선교지가 더 편안함을 주기에 고국에라도 잠깐 들어오게 되면 아이들은 얼른 선교지로 다시 돌아가자고 졸라댄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났던 아브라함처럼 정든 고국 땅, 친척과 가족들을 떠나는 그들은 누구인가?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믿고, 이 땅을 외국인과 나그네로 지내고 장막(텐트)에 거하며 돌아갈 본향을 사모하며 살아가는 그들은 누구인가?

 

사랑하는 가족들의 경조사를 마치자마자 아쉬움과 미련을 뒤로하고 선교지로 다시 향하는 선교사들을 바라보면서 진정한 본향의식을 지닌 본향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 11:16)는 말씀이 새삼 생각나는 대목이다.

 

누구나 돌아갈 본향이 있다.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세상 풍조가 바뀌고 온 지구, 한국사회, 교회와 성도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전쟁, 기근, 재난이 그칠 줄 모르고 물질주의가 만연한다. 마치 이곳이 영원한 땅인 양 살고 있다. 이제 본향을 생각하며 떠날 채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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