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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42>


탈퇴예식脫退禮式으로서의 세례

이윤호 장로_‘선교와 비평’ 발행인


“옛 습성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문제”


69문>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루신 단번의 제사가 당신에게 유익이
됨을 거룩한 세례에서 어떻게 깨닫고 확신합니까?
답> 그리스도께서 물로 씻는 이 외적 의식을 제정하시고, 그의 피와 성신으
로 나의 영혼의 더러운 것, 곧 나의 모든 죄가 씻겨짐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것은 물로 씻어 몸의 더러운 것을 없애는 것처럼 확실합니다.

70문> 그리스도의 피와 성신으로 씻겨진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답> 그리스도의 피로 씻겨짐은 십자가의 제사에서 우리를 위해 흘린 그리스
도의 피로 말미암아 은혜로 우리가 하나님께 죄 사함 받았음을 뜻합니다. 성
신으로 씻겨짐은 우리가 성신으로 새롭게 되고 그리스도의 지체로 거룩하게
되어, 점점 더 죄에 대하여 죽고 거룩하고 흠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합
니다.
세례는 그리스도께
서 우리에게 세상이 알지 못하는 놀라운 일을 보여주시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 교회는 일 년에 수 차례 세례식을 거행합니다. 이
로써 우리는 그의 피로 말미암아 우리 죄를 씻겨주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체
휼하게 됩니다. 세례는 교회 전체가 맛보는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사
람이 죄 사함을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일원이 됨을 선언하는
엄숙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회원됨을 상징해

세례를 통하여 교회의 일원이 되었음은 여러 모양으로 구체화됩니다. 예컨
대, 공동의회의 일원으로 교회의 제반 문제에 관여할 수 있게 됩니다. 각종
직분자를 선출할 권리를 가지게 되며, 피선거권이 부여되는 가장 기본적인
자격 조건을 갖춥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는 것입니다. 이로써 개별 교회를 넘어 보편교회에 속하는 하나님의 백성으
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죄 사함 받은 자가 누리는
하나님 왕국에서의 복된 삶입니다. 그러므로 죄 씻음의 표현인 세례는 자연
스럽게 입교예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입교로서
의 세례는 동전의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입
니다. 요리문답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반대 면의 그림 또한 내포하고 있
습니다. 바로 세상 가치로부터 탈퇴하는 예식으로서의 세례입니다. 그것은
죄 씻음 받기 전의 영적 상태가 얼마나 더러운지 인식하게 합니다.
세례 받은 자가 누리는 교회적 삶의 소중함은 교회에 속하지 않는 상태의 비
참함을 알 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생 때부터 처해진 우리의 상태가
어떠한 지 모른 채 그리스도의 은혜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러므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인간의 비참함에 대한 주제를 필두로 하는
이유를 마음으로 깨달을 때 세례를 통한 감격도 있을 것입니다.
신약성경을 통해 사도들이 묘사한 세례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매우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바울 사도는 세례를 홍해도하 사건을 통하여 설명합니다. 바다
를 건넜다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새로운 땅에 첫발을 내딛었음을 의미합니
다. 이와 동시에 물을 건넜다는 것은 이제까지 살던 땅을 떠났다는 것을 의
미합니다. 떠나지 않고서는 물을 지나 새로운 땅에 도달할 수 없으니 말입니
다.
사도 베드로는
세례를 노아 시대의 홍수를 통해 묘사합니다. 노아와 그의 가
족들이 물을 통하여 구원을 받은 것은 죄악 된 세상에 대한 완전한 심판과
더불어 일어난 일임을 기억합니다. 그 물은 그들을 땅 위로 들어 올린 것이
지만 동시에 물 아래 있는 모든 생명의 숨을 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입교예식인 세례는 또한 세상으로부터의 탈퇴예식입니다.
교회는 세례가 가지는 입교로서의 측면에 비해 탈퇴로서의 의미를 소홀히 했
던 때가 적지 않습니다. 세례를 통해 교회에 들어왔지만 세상의 가치관으로
부터 탈피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고대 교회의 지도자들 중에도 이러한 경향
의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당시 최고의 지성으로 여겨지던 헬라철학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들을 여전히 머릿속에 간직한 채 성경을 이해하고 복음을 변증하려 했습
니다. 그들로 인해 교회 내에 여러 가지 혼란이 일어난 것은 필연적인 일이
었습니다. 그들의 복음 이해가 매우 합리적으로 보였지만 왜곡될 소지가 있
었고, 그들의 변증이 불신자들에게 설득력 있었지만 올바른 말씀 증거를 통
하여 역사하시는 성령의 능력과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도 세례를 통해 물을 건너는 경험을 했지만, 옛 습성으로부
터 탈피하지 못한 성향이 많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교회의
부흥을 세상의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성령의 사역을 상상의 범주에서 이해
하려 하며, 직분으로 이루어진 교회의 질서를 세상 조직의 형태로 이해하는
등의 모습들이 이러한 경우일 것입니다.

세상의 가치관으로부터
떠났음을 선언해야

세례 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교회는 세상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오
직 성경중심의 공동체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에서는 죄에 대하여 죽어 가는 것을 세례의 한 본성으로 고백하고 있습니
다. 우리는 세상 가운데 살고 있지만 그곳의 가치로부터 탈퇴를 선언한 세
례 교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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