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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4 (00:00:00)
하이델베르크<53>

교회의 선행


이윤호 장로_‘선교와 비평’ 발행인


“세상적 기준의 선행으로 만족하지 말아야”


86문> 우리의 공로가 조금도 없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오직 은혜로 우리의
죄와 비참함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는데, 우리는 왜 또한 선행을 해야 합니까?
답> 그리스도께서 그의 보혈로 우리를 구속하셨을 뿐 아니라 그의 성신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여 그의 형상을 닮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
든 삶으로써 하나님의 은덕에 감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찬양받으시
기 위함이며, 또한 우리 각 사람이 그 열매로써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얻
고, 경건한 삶으로써 다른 사람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기 위함입니다.

87문> 감사치도 않고 회개하지 않는 삶을 계속 살면서 하나님께로 돌이키지
않는 사람들도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까?
답> 결코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성경은 음란한 자, 우상 숭배자, 간음하
는 자, 도둑질하는 자, 탐욕을 부리는 자, 술 취하는 자, 욕하는
자, 강도질
하는 자나 그와 같은 죄인들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 말씀
합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부
분은 인간의 비참함에 관하여, 두 번째 부분은 구속에 관하여, 마지막 세 번
째 부분은 감사함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선행 행할 때도 기본 원칙 지켜야

오늘 보는 제86문은 바로 세 번째 부분의 첫 단추를 여는 문답입니다. 구속
을 통하여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성도들에게 맨 처음 주어진 교훈은
바로 그리스도인의 선행에 관한 것입니다.
선한 행실이 드러나지 않는 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살펴야 할 것입니
다. 구속을 맛보지 못한 비참한 상태에 있는가, 아니면 구속 알고 그것을 감
사하는 위치에 서 있는가. 단, 이때의 선행은 세상에서 통용되는 그것과는
구별된 것입니다.
20세기 개혁주의 변증학자들 중 우리에게 값진 교훈을 남긴 사람들 중에 코
넬리우스 반틸(Cornelius Van Til)이 있습니다. 그가 개혁주의 교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가 세상을 향해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 기독교의 근본
교리와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교회들이 그러하듯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복음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것임을 지적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혁주의 신학과 조화된 방법에 따라 가감 없는 복음이 세상과 만났
을 때 일어나는 필연적 현상은 정면충돌이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
냐하면 전적 부패한 인간의 이성으로는 복음의 진리를 결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틸(Van Til)의 교훈은 우리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되도록 세상과의 사상적 충돌을 피하려고 애쓰기 때문입니다. 이러
한 노력으로 세상과 교회가 서로를 이해하는 영역이 넓어졌고, 세상은 교회
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때로 세상 사람의 눈에 교회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세상이 교회에 대해 가지는 높은
기대수준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
회는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공통영역을 찾아, 그것을 발판으로 세상 가운
데 복음의 진리를 나타내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이 공감하기에 가장 용이한 영역은 아마 선행일 것
입니다. 세상
사람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종교나 도덕적 배경과 무관하게 선을 행하는 것
이 사람의 근본 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로 세상 사람들이 보여주
는 선행의 모습은 교인들조차 탄성을 금하지 못할 만큼 헌신적이기도 합니
다.
교회 역시 선행을 강조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물론이고 교회 밖을 향해서도
선을 행하기에 열심입니다. 이것은 회심한 삶의 변화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
로 쓰이기도 합니다. 세상으로 하여금 교회에 우호적인 인식을 가지게 하는
것 역시 주로 선행에 기인합니다. 선행에 있어서만큼은 교회와 세상이 뜻을
같이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86문에서의 선행에 대한 가르침은 세상에서 추구하는 그것과는 근
본에 있어서 같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상으로 여기
는 선행이란 근본적으로 왜곡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인은
결단코 선을 행할 수 없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본성 자체는 결코 선을 행할 수 없는 존재임을 시편기자는 노래하고
있습니다.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에서 말하는 인간상 역시 선을 행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로서의 모습
입니다(벨직신앙고백서 제14조). 교회가 선행에 있어
서 세상과 보조를 같이 한다면, 우리가 하는 선행 역시 왜곡된 것일 수 있
을 것입니다.
구원받은 성도들의 감사함으로 드러나는 선행은 성령의 사역을 통해서 비로
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직 말씀에 합당한 선행을 통해 삼위일체 하
나님께 찬양이 되고 주님과의 교제를 더욱 풍성하게 하여 우리의 믿음이 굳
건해 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선행이 세상 사람들의 이상을 만족시킴으로써 그들을 주님
께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복음에 합당한 선행은 세상과 충
돌을 일으켜 불신자들의 마음을 찔리게 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하나님의 작
정하신 사람들의 회개가 일어날 것입니다.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세상이 하
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사도들이 실행으로 옮겼을 때,
바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선행은 하나님께 영광돌리기 위해

오늘 우리 교회는 세상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는 수준의 선행으로 만족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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