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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5 (14:23:37)

햇빛편지 

단풍잎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756-단풍잎.jpg



   산마을의 가을의 깊이는 산 위로부터 내려오는 단풍의 속도에 비례한다. 숱한 단풍잎들은 각양각색 사연을 품고 있다. 저마다 자서전을 쓰며 내려와 포개지는 꾸밈없는 몸짓들. 그 짙은 얼굴들을 들여다보면 영혼의 갈피를 적시며 밝은 빛이 번져 온다.


   말끔하고 화려한 잎들도 좋지만 그을리고 뚫려 상처투성이인 잎들도 정감을 준다. 얼핏 초라해 보이는 그들이 아름다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세월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늘을 향해 온 몸을 드리다 겸허히 제 자리를 찾아가는 천로역정 같은 드라마 때문이다. 격정의 시절을 보낸 후 내려앉는 나뭇잎들은 대부분 말이 적은 편이다. 살아온 내력을 나직이 몇 마디로 들려 줄 뿐이다. 그 어떤 웅변과 몸부림보다도 울림이 깊은 자기 성찰과 진지한 삶이 곱게 무늬지어 있다.


   단풍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월동 준비 때문이란다. 기온이 내려가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가 형성되어 낙엽이 지도록 하고 그 잎이 떨어진 자리를 보호한단다. 또 가을엔 엽록소가 파괴되어 녹색이 줄고 안 보이던 안토시아닌, 카로틴, 크산토필 같은 색소가 나타나 빨강 혹은 주황이나 노랑으로 물들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불필요한 양분은 배출하고 필요한 양분은 새 잎 돋는 봄까지 축적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햇빛과 비바람 속에서 물든 단풍은 낙엽이 되기 위함이요 낙엽은 또 다시 펼쳐질 푸르른 숲의 계절을 준비하는 창조의 산물이다. 낙엽들이 쌍그란 서리에도 서로 몸 부비며 따뜻한 시간을 엮어 가는 것은 주의 자녀들이 고난의 시대를 사랑으로 이겨 내는 숙연한 모습과도 같다. 아픈 몸 구멍 난 상처를 서로 감싸 안으며 긴 눈발이 지난 후에 다가올 봄날의 합창을 준비하며 저들은 자기 자리에서 썩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새로운 꿈으로 돋아난 잎들이 미소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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