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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5 (14:25:12)

합신이 한국교회의 연합에 참여하는 자세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신학자 선언이 발표되었다(8면 참조). 이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오늘에 구현하기 위한 최근의 활동 중에 큰 가치가 있는 산물이라 본다. 성경적 신앙의 기틀을 수호하고 한국 교회의 상황적 당면 문제들, 반성적 갱신과 사회적 책임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개혁 정신이 담겨 있어 의미가 깊다.


   주목을 끄는 것은 기왕의 복음 중심의 신앙을 강조함과 아울러 교파를 초월한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 힘쓰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천명한 점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언문에서 언급한 여러 사항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필히 연합적 노력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일치와 연합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느슨한 의미의 연합 행사 외에는 공동의 목표와 주제가 뚜렷하지 않았기에 그 활동이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 안팎으로 사회적 비판과 이단 사설의 실제적 공격이 증가하여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성경 중심의 복음을 수호하자는 종교개혁 정신이 절실해진 것이 연합의 필요성을 고조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개혁주의의 보루라 자평하는 우리 교단은 한국교회의 연합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가. 102회기 박삼열 총회장의 취임사와 좌담회(본보 754, 755)에 그 단초가 있다. 그는 우리 합신이 한국교회의 예인선의 하나로서 겸허히 바른 역할을 감당하자고 했다. 그가 말한 바는 견인선 같은 큰 배가 아니라 작지만 동력이 강한 배를 뜻하고 그 중의 하나가 합신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예인선은 배의 방향을 제시하며 정박할 항구로 에스코트해 간다는 함의가 있다. 위험 요소들을 방지, 제거하면서 큰 배가 안착할 여건을 만들며 자기 몫을 감당하는 것이다. 합신이 여러 예인선 중의 하나라는 표현은 그래서 적절하다.


   따라서 가장 좋은 연합은 각자의 예인하는 위치에 충실하고 예인의 대상이 되는 큰 배의 올바른 방향을 함께 인지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예인하는 힘의 균형과 안정성에 관련된다. 한국교회의 완전한 연합을 꿈꾸는 것은 현재로선 무망한 일이다. 오히려 각 교파와 교단이 건전한 정체성에 튼실하게 서서 방향을 공유할 때 예인의 가치가 빛난다 하겠다.


   그러므로 연합의 전제는 각자의 정체성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호한 혼합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단순히 정치적 세력화나 교회의 물리적 이익을 수호하는 데만 급급한 연합체로 나아간다면 역효과를 부른다. 또한 산술적 통합이나 행사 위주의 즉흥적 연대의 무의미함은 지난 역사에서 한국교회가 보여 준 행태로 충분히 인지한 바이다. 새삼 연합이라는 언급이 무색할 정도로 불건전하게 닮아 있는 교파와 교단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래야 연합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자명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선언문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 어떤 정치적 실리적 속셈이 없이 성경의 진리 위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상호 존중의 성경적 연합을 추구함이요 한국교회의 당면 문제에 대한 현실참여적인 능동성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교단은 개혁주의의 내적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성경적 갱신 운동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일에 마음을 열고 연합에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정박할 배의 방향이 옳도록 그 역할을 감당하며 각 예인선 간의 긴밀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유와 연락의 필요성도 인정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개혁주의자들은 굳이 연합이라는 가치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온 면이 있다. 이것은 상대적 우월감과 배타성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혁주의적 정체성을 다지는 것을 넘어선 독선은 옳지 않다. 우리만이 온전하게 진리 안에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도 진리를 향해 부단히 개혁하며 나아가는 것뿐이기에 종교개혁의 정신의 그 원점에서 성경적 기초에 비추어 우리가 연합할 수 있는 지점을 타 교파, 교단들과 공유하려는 자세마저 버려서는 안 된다.


   개혁주의의 가장 큰 적도 내부에 있다. 진리의 배타성이란 불가결한 것이지만 진리에 대한 자부심이 이분법적 자만심이 될 때 한국교회가 함께 살아야 할 공존의 근거는 사라진다. 연합이 곧 변질의 지름길이라는 등식은 늘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개혁주의적 기초를 양보하거나 굳이 무조건적 연합에 방점을 두고 과장된 일치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같은 성경과 찬송가를 쓰는 한국교회의 일원으로서의 협력과 연합의 필요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에서의 성경적 에큐메니칼의 진의는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해 많은 기구들이 있어 왔고 지금도 태동 중인 연합체가 있다. 연합을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쏟는 느낌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이다. 뭉쳐야 산다는 절박감도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보다 침착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각자의 정체성을 정돈해야 하며 종교개혁 정신과 성경적 가치관에 근거한 공통분모가 확실한 사안에 대하여는 연합과 일치를 지향해 나아가야 한다.


   오래 전에 로잔 언약이 발표되었을 때 범복음주의 교파들이 대사회적 책임을 매개로 절실한 반성과 연합적 움직임을 다짐했지만 세월 속에 묻힌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특별히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신학자 선언에서 언급한 그리스도의 복음의 수호와 교회의 반성적 갱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관한한 우리 교단의 능동적 역할과 구체적 연합의 결실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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