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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섭리와 악의 문제  <54>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54: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 측량할 수 없는 지혜, 그리고 무한한 선하심이 그의 섭리 가운데 지극히 명백하게 드러나니, 심지어 첫 번째 타락과 천사들과 사람들의 다른 모든 죄에 이르기까지 미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허용에 의하여 그러한 것이 아니라, 허용과 더불어 그 일들을 자신의 거룩한 목적에 따라 강력하게 제한을 하거나 아니면 명령하시고 주관하심으로써 그렇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일들의 죄악성은 오직 피조물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하나님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지극히 거룩하시며 의로우신 분이시므로 죄의 장본인이 아니시며 승인자도 아니십니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한 것은 선한 상태로 있기를 스스로 더 이상 원치 않았기 때문, 즉 자원하여 선을 버리고 악을 선택한 것

 

하나님께 죄의 책임을 돌리려는 어떤 시도도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하여야

 

4항은 하나님의 섭리에 있어서 그의 주권과 사람들의 죄악과의 관계에 대해서 교훈을 합니다. 본 항에서 말씀하고 있는 진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모든 섭리는 모든 일에 있어서, 심지어 타락과 같은 행위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과 측량할 길 없는 지혜와 무한한 선하심으로 실행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둘은 사람들이 죄들을 행할 때, 하나님께서 그러한 죄들을 섭리 가운데 실행하시는 방식은 단순히 그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 결정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셋은 죄악의 일들이 하나님의 주권의 결정에 따라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일의 죄악성은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람에게서만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1. 반신론적 삼단논법의 허구

 

신앙고백서의 본 항의 고백은 소위 무신론자들의 반신론적 논증을 위한 전가의 보도라고 일컬어지는 삼단논법을 전적으로 부인합니다. 반신론적 삼단논법은 이러합니다: (대전제) 하나님은 전능하시며 또한 선하시다. (소전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한다. (결론) 그러므로 전능하시며 선하신 하나님은 계시지 않는다.

 

논리가 말하는 바는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이상, 그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은 악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전능하시며 선하신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이 논법을 반박하려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악이 아니라고 하거나, 전능하시며 선하신 하나님이라도 세상에 악이 존재하도록 하실 수가 있다는 것을 논증하여야 합니다. 전자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악을 악이 아니라고 할 도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두 가지 접근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이 악을 행하는 일에 있어서 하나님의 책임은 없다는 사실을 논증하는 방식입니다. 악이 존재하되 그 악이 나타난 일에 있어서 책임의 장본인이 하나님이 아니라면, 그 악의 존재를 이유로 삼아 전능하시며 선하신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논리는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악을 행하는 일에 주권적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더 큰 선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논증입니다. 이 논증에 의하면 세상에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에 대한 부정이 아니며 오히려 하나님의 지혜로움의 문제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악의 존재가 결코 전능하시며 선하신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를 못합니다.

 

2. 자유의지 방어론

 

문제는 어떻게 이 두 가지 논증들을 세울 수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모든 일을 그의 뜻대로 결정하여 실행하시는 하나님께서 죄악의 일들이 나타나는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제받으실 수가 있는지를 어떻게 논증할 수가 있을까요?

 

첫 번째 접근과 관련하여 제시된 두 가지 논증을 소개하면 이러합니다. 하나는 비교적 최근의 논리로, 소위 자유의지 방어론입니다. 이것에 따르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아 자유의지를 지닌 사람은 선과 악의 중립적인 상태에서 어느 것이든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를 합니다. 소위 비결정적 자유선택의 능력이 사람에게 있음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가정을 전제합니다. 곧 사람에게 비결정적인 자유선택의 능력이 부여된 세상이 그렇지 않은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이라는 전제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실 수가 있으시며, 또한 선하시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비결정적인 자유선택의 능력을 부여하시는 세상을 만드신 것이 됩니다.

 

이러한 논증이 악의 문제에 대해서 하나님의 책임을 어떻게 면제하는 것일까요? 이미 짐작을 하셨겠지만, 비결정적 자유선택의 능력에 답이 있습니다. 비결정적인 자유선택의 능력을 지닌 사람은 어떤 일이든지 선택을 할 수 있는 완전한 중립의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비결정적인 자유선택을 침해받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을 향하여 그로 하여금 어떤 일을 행하도록 작정하신다면, 그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일에 대하여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 중립적인 상태에서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들게 되며,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의 자유선택의 비결정성을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일단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사람에게 비결정적인 자유선택의 능력을 주신 이상, 사람이 선을 선택하든지 악을 선택하든지 전적으로 사람의 자유선택에 맡기시는 것이며, 그 선택의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결론을 이끌어 냅니다.

 

3. 자유의지 방어론의 약점

 

이러한 자유의지 방어론의 약점은 사람에게 부여된 자유선택의 능력이 정말로 비결정적인 자유선택이냐는 데에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는 아직 확증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의 생각에는 사람의 자유선택은 비결정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이들은 사람의 자유선택이란 자원의 자유라고 주장을 합니다. 즉 사람이 어떤 일을 행할 때 그것이 외적인 강압이 없이 단지 스스로 하기를 바라는 것을 행할 수 있다면 사람은 자유롭게 그것을 행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자원의 자유선택에 따르면, 사람은 타락한 이후에 항상 영적인 악을 범하는 필연성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 악의 선택은 본성이 부패하여 스스로 원하여 행한 것이므로 자유롭게 죄를 지은 것으로 설명이 됩니다. 그리고 중생한 이후에는 성령님께서 새로 지으신 성품에 따라서 죄를 짓지 않고자 하는 자원의 의지로 선을 선택하는 자유를 갖게 됩니다.

 

물론 아직은 불완전하여 남아 있는 부패한 성정에 의해 죄를 자원하여 짓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영생의 복락을 누릴 때 사람은 새로운 거룩한 성품에 따라서 자원하여 늘 하나님의 교훈에 순종하는 자유선택을 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자원의 자유선택의 개념에 따르면 하나님의 작정은 사람의 자유와 상호 양립이 가능합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일을 행하도록 작정을 하셨을지라도 사람이 스스로 원하여 그 일을 행한다면 그는 여전히 자유롭게 그 일을 행한 것이며, 하나님의 작정이 그의 자유선택을 침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유선택의 두 개념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타당성을 갖을까요? 개혁파는 자원의 자유 개념이 옳다고 믿으며, 알미니안파를 포함하여 세미-펠라기우스주의를 따르는 모든 이들은 비결정적 자유선택 개념을 주장합니다. 개혁파가 비결정적 자유선택을 부인하는 중요한 까닭은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창조의 순전함 때문입니다.

 

만일 비결정성의 자유선택의 개념이 옳다면, 하나님께서 또한 자유로우실진대 하나님께서도 선과 악을 똑같이 선택할 수 있는 중립의 상태에 계시다고 말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거룩하신 분으로 항상 선의 상태로 계십니다. 또한 창조 때에 아담과 하와는 선과 악의 중립의 상태로 지음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선과 악을 범할 영향력을 똑같이 받는 가운데 선이나 악을 선택할 중립 위치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선한 상태로 지음을 받았으며, 그 선한 상태로 있기를 원하면 계속 순전하며 무흠한 선의 상태로 있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타락한 것은 선한 상태로 있기를 스스로 더 이상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자원하여 선을 버리고 악을 선택한 것입니다.

 

4. 자유 선택 개념의 문제

 

이상의 설명을 토대로 볼 때, ‘자유의지 방어론은 두 가지 문제를 여전히 남깁니다. 우선 자유의지 방어론이 전제하는 자유선택의 개념이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입니다.

 

만일 자유선택의 개념이 비결정적 자유가 아니라 자원의 자유라면, 사람이 자원하여 악을 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악을 범하는 행위를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것이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하나님께 죄의 책임을 돌리는 일이 여전히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살피는 신앙고백서는 이러한 의문과 관련하여 하나님께 죄의 책임을 돌리려는 어떤 시도도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하여야 함을 교훈합니다.

 

다른 하나는 가령 비결정적 자유선택의 개념이 옳다고 하더라도, 자유의지 방어론이 하나님을 악의 존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게 한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느냐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하나님께서 악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드신 것은 사람에게 비결정적 자유선택을 주시기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악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사람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그리고 설령 사람의 자유는 악의 존재보다 더 귀한 것이며 악이 존재하며 사람이 자유로운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이 자유선택에 의하여 악을 선택하는 세상 자체를 만드신 하나님에게 왜 그런 세상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은 여전히 남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게 됩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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